다이소와 쿠팡으로 지저분한 책상 저렴하게 인테리어하기
때는 4월 말의 중간고사 시험이 코 앞일 시기
작성자는 A형 독감에 걸린 상태로 죽을 둥 말 둥, 식은땀과 부어버린 목, 기침 콧물 가래, 두통 외 기타 등등 과 함께
벼락치기를 강행하고 있었다. 컨디션은 최악인데 당장 다음 날이 시험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머릿 속에 꾸겨 넣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책상 위는 점점 카페인 음료를 포함한 각종 쓰레기들이 점차 쌓여가기만 했다.
그러다가 팍 생각이 나버린 것이다. 시험이 끝나면, 독감이 낫고 ( 2주 전에 걸렸는데 지금 아직도 기침은 남아있음 )
컨디션이 좋아지면, 더 나은 기말고사를 위해 책상을 뒤집어 엎어보자고 굳게 다짐한다는 쓰잘데기 없는 망상이었다.
언제나 상상만 반복하기
책상을 이쁘게 꾸며보자! 이런 건 어디까지나 인테리어 같은 것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었고구석에 짱박혀서 겜이나 쳐하고, 그나마 다룰 줄 아는 것은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 쪼가리들.. 작성자에게는 도저히저런 예술의 영역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다.
그래서 Ctrl+c , Ctrl+v 를 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복붙, 남들이 하는거 따라하기 신공. 여러 디지털 덕후들이 왕래하는 여러 커뮤니티에서의 데스크 셋업
이라는 어마무시한 곳을 탐험하면서, 작성자의 취향과 맞는 적합한 컨셉들을 찾기 시작했다. 어느 한 커뮤니티에서
마음에 드는 컨셉 두 가지를 찾았고, 비슷한 느낌을 최대한 내려고 한다.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허락을 구해보기 전까지는.. 보류
대략적으로는 모던한 느낌과 화이트+오크 색상의 책상과 비슷하게 가려고 한다. 책상 옆에는 새로운 가구인
선반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일을 벌이기 전에 계획부터
시험이 끝나고 아직 독감 기운이 가신지 얼마 안된 상태로 편의점 알바를 뛰던 중 너무 할 것이 없어서 방에서 쓸데없이공간만 차지하는 놈들이 뭔지, 그것들을 어떻게 치우고 그 빈 공간을 뭘로 채울 것인지 열심히 고민했다.물론 메인은 책상 꾸미기 이기 때문에 선반만 사고 나머지는 데스크 셋업을 위한 밑반찬들을 세팅할 것이다.
메인이 될 가구들 고르기
편의점 출퇴근 하겠답시고 전동 키보드를 당근으로 사왔는데, 너무 무겁고 다루기도 짜증나서 팔아치운 20만원을 예산으로 잡아서 그 안으로 적절하게 선별을 해보았다. 미리 말하지만 쿠팡에서 가구 절대 사지 마라. 개 쓰렉이 같은 것만 온다.
집에서 쓸 가구는 무조건, 비싸고 10년동안 쓸 각오를 하고 구매해야한다. 그리고 처분하는 것도 생각하자..
주문은 끝났고, 이제 방을 좀 치워보자
미리 사진을 찍을 걸 후회된다. 정말 더러운 상태를 먼저 담고 치우는 걸 보여주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다. 하여튼, 길쭉한
모니터를 먼저 분리를 했다. 커브드에 34인치 + 이름 모를 듣보잡 수입품 브랜드 이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사망할까봐
바닥에 쿠션을 2개씩이나 대고 상전 모시듯이 해체를 했다.
애초에 모니터를 처음 설치할 때 모니터 암을 기준으로 책상 중앙에 고정했더니, 모니터를 설치해보니 너무 오른쪽으로치우져져 있어서 완벽한 정 중앙으로 세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뻘짓을 해야했다. 줄자를 가져와서 모니터암을 받아넣고,모니터를 설치한 다음에 남은 여백 길이가 동일한지를 체크해야 할텐데, 이놈을 가늠하기 힘들어서 고생했다.
참 잘 그린 설명도 인 것 같다. 그림을 참고하면, 모니터암과 모니터를 고정해주는 브라켓이 그림 기준 왼쪽에 위치하고 있어
모니터를 설치하고 나면 모니터암 전체가 왼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기 때문에, 책상을 고정하는 나사 부분 또한 같은 방향에
눌려서 책상 양 쪽 여백을 맞추기 위해 위치를 조절하기가 너무 힘들다.
나사의 무게중심이 한쪽에 쏠리게 되니 나사를 풀어도 모니터암 전체가 책상에 왼쪽으로 박혀버리니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모니터를 기준으로 책상 딱 가운데에 와야하기 때문에 저걸 내린다는 발상은 이미 한참 전에 했기 때문에 결국 돌고 돌아 머리가 되지 않으니 힘을 써서 조금 더 간단하게 문제를 풀기로 하였다.
무게 중심이 쏠리는 부분의 반대부분을 잡아 당겨서 모니터암과 책상을 고정하는 나사의 비균등한 무게중심을
팔이 대신 감당하는 동안 모니터 암의 나사를 풀어서 모니터 위치를 중앙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게 그냥 글과 그림만
보면 아무런 감흥이 없고, 작성자가 왜 이딴 일로 열심히 그림까지 그리면서 설명을 하는지 거부감이 들겠지만,
작성자는 그만한 개 뻘짓을 열심히 했고, 당시에 정말 천재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이러한 멍청이 같은
행위를 어떻게든 기록하고 알리고 싶다는 아쉬움에..
그게 이거다.
나름 비슷하게 그린 것 같지 않는가? 무려 저 짓을 30분동안 낑낑대며 덥다고 창문까지 열어 제낀 스스로를 돌아보며
현타가 조금 오긴 했지만, 이후 멋지게 꾸며질 책상을 상상하며 다름 스스로 위로를 가졌다.
모니터는 끝났으니, 이제 선을 정리해보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끼움상품으로 벨크로 테이프 3m 짜리를 590원에 팔길래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하고 구매한 것이
지금 요긴하게 쓰였다. 해외직구와 맥시멀리즘은 삶에 불확실한 행운을 가져다주니 모두 싸고 유용할지도 모르는 잡동사니를
두 세 개씩은 쟁여두두록 하자.
대충 책상 위에 있어야 할 것들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모니터 암 옆에 있던 하얀색에 파란 불빛을 내는 지저분한 멀티탭은
형 방에서 약탈해온 책 거치대로 가려두었다. 나름 색상도 괜찮아서 막상 가리고 나니 '나쁘지 않네?' 라는 느낌이 들 정도.
원래 모니터 옆에 있던 본체는 아래로 내려보내기로 했다. 팬이 조금만 쎄개 돌아도 바로 귀에 꽂히는 것이 너무 싫어서
이 참에 지하로 내쫓아버렸다. 관상용으로 이쁘기에 일부러 화이트 컨셉에 강화유리까지 달아주었는데 이제 더이상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어느새 밖에 어두워졌다.
본체까지 내려보내고, 책상 옆에 있던 15년 묵은 서랍은 저 커튼 뒤에 짱박아 두었다. 프린터는 나중에 들어올 선반 제일
밑 층에 올리기 위해 저 자리로 잡았고, 지금 당장은 너무 휑한 느낌이 든다. 책상 오른쪽 저 빈 공간에 선반이 들어올 때
까지 기다리기 힘들기 때문에 로켓와우까지 결제한 보람이 있길 기도했었다.
너무 썰렁해보여서 다이소에 다녀왔다.
42,000원이라는 다이소 치고는 많은 물건을 샀는데, 원래 계획에 없던 모니터 받침대까지 샀다. 심지어 모니터암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이뻐 보일 것 같아서 산거다. 저거 하나만 있으면 오히려 눈에 띄기 때문에 다른 목재 소재의 잡동사니와
책상 뒤의 빈 벽을 장식해줄 타공판과 네트망을 구매했다.
벽에 잡동사니를 붙여보자
벽에 상처가 나면 안되기 때문에 못 대신 무타공 벽지 후크를 달고 그 위에 네트망-타공판을 달기로 했다. 네트망과 타공판을 고정하는 것을 사는 걸 까먹어서 대충 전선같은거 살 때 같이 들어있는 하얀색 꼬다리로 묶어놓았다.
네트망과 타공판을 걸고, 예전에 구매했던 QCY H2 헤드셋을 걸면 이뻐 보일 것 같아서 걸어두었더니 느낌이 좋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너무 나무만 가득하면 오히려 더러워 보이기 때문에 포인트도 줄 겸 인조화분도 2천원짜리 2개를 사서
두었더니 훨씬 낫다. 태블릿 거치대도 원래 따로 있었지만 그냥 깔맞춤하려고 천원짜리 사왔다.
쿠팡에서 주문했던 책 선반과 스탠드, 다이소 돌아오는 길에 당근에서 k835 미사용 제품이 3만원에 올라왔길래 얼른 가서
사왔다. 여담으로 다 설치하고 나니 스탠드에 전구가 없어서 다시 마트에 가서 전구 하나 사오다가 자빠졌다..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스탠드는 나름 괜찮았는데, 저 양 옆의 책꽂이는 썩어 문드러진 정말 개 쓰레기 구덩텅이 박스에 스티로폼 부스러기랑 함께
와서 청소기 오지게 돌렸다. 나무 색깔도 너무 달라서 판매자 뺨 날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드디어 선반 조립
처음 시작할 때는 방을 예쁘게 꾸미고 몰두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동기부여를 받으려고 했더니만 하면 할 수록 제품 퀄리티와
조립 난이도에 대해서 열이 뻗치기 시작했다. 특히 저 선반 녀석은 구멍 단차가 다 다르게 나와서 책상 높이에 딱 맞춰서
조립하려는데 도저히 맞물리지가 않아서 집어 던질 뻔했다. 고무 망치도 없어서 맨 손으로 두들겨 패서 조립을 했는데 그때 다이소에서 목장갑 하나라도 샀으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를 해본다.
구성 끝
방금 막 조립이 끝났기 때문에 이제 지저분한 것들을 다 치워주어야 할 차례이다.
그리고 이게 완성본
키보드 사길 잘한 것 같다. 그 시꺼멓고 이상하게 생긴 멤브레인 키보드였으면 느낌 하나도 안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데스크셋업은 조명이 9할임을 느꼈다. 그냥 맨 눈으로 보면 너저분하게 보이는데 조명 하나 끼우니 명암 덕분인지
확 다른 기분이었다.
책상 위 종이 쪼가리는 원래 치워버리고 싶었는데 저거 전공책 스캔하려고 재단한거 섞이면 안되서 조금이라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추가로 멀티탭을 가렸던 책 받침대는 선반에 있는 세면도구 받침대로 전락시켰고, 모던한 느낌이 나는 작은
쓰레기통으로 가려놓았다. 조금 더 깔끔해진 대신, 멀티탭 끄려면 저거 사이에 손 비집어 넣고 꺼야한다.
데스크 셋업은 끝났으니 이제 새로 온 키보드를 해체할 차례가 왔다.
사실 이미 끝내놓고 잘 쓰고 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이다. 만약 이 글을 모두 완독한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작성자의 역대급 개 뻘짓을 기대해도 될 것이다.
마치며..
오랜만에 다시 블로그 포스팅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너무 노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가,
그렇게 하기 싫던 공부는.. 뭐 그대로 하기 싫고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언젠가 포스팅 해야지 하고 사진만 찍어두던걸
짜집기 해서 다시 글을 끄적이게 되었다. 언젠가 작성자처럼 개 뻘짓을 하고 싶은데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의미없는
발자취들을 보고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